Hearing the Sounds of the City

Interview with Ryuichi Sakamoto

Photography by Zakkubalan Styling by Koichiro Yamamoto
Text by Yumiko Sakuma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계적인 뮤지션, 아티스트이자, 사회적 이슈와 환경에 대한 관심과 견해를 꾸준히 표현하는 사회활동가입니다.
전 세계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그에게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립 터틀넥 스웨터 (Uniqlo U)
*안경은 유니클로 미판매 제품

Ryuichi Sakamoto | 류이치 사카모토
Artist
1952년 도쿄에서 출생. 도쿄 예술대학을 다니던 도중 음악 활동을 시작해 그룹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 YMO)로 데뷔했고, 클래식이나 모던 등 장르를 초월해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음악을 꾸준히 작곡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뉴욕에 머물며 솔로 공연과 영화 음악 작곡을 하고,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 Tohoku Youth Orchestra)’의 음악 감독을 역임, 환경 단체 ‘모어 트리( More Trees)’를 통한 환경 운동 등 다양한 활동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인터뷰 일정을 잡고 진행하면서 불과 몇 달 사이에 세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는 팬데믹 와중에 뉴욕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우리는 뉴욕에 있는 그와 일정을 조율해 영상 통화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우선 그에게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뀌었고, 새로운 글로벌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여행을 하거나 영화제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면 예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음악을 만들며 지냈기 때문에 제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세계 경제와 산업 활동이둔화되면서 뉴델리에서 히말라야 산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나, 제가 사는 맨해튼에서도 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게 오히려 큰 변화겠죠.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성장만을 추구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세계화는 이전보다도 더욱 빨라질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전 세계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바이러스와 맞닥뜨릴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 있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사회 이슈와 환경 문제에 맞서 싸우기 위해 헌신해온 류이치 사카모토는 2007년에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환경 단체 ‘모어 트리(More Trees)’ 를 설립했습니다.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인간의 지나친 경제활동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결과이자, 동물 안에만 머물던 바이러스도 세계화로 인해 이제는 특정한 조건만 갖춰지면 자유롭게 전 세계를 이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믿기 어려운 규모이지만 아마 미래에 닥칠 더 큰 재앙을 회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는 비교가 안 될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의 계획을 변경하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며 완벽하게 재설계해야 합니다.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이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네요.”

도쿄에서 태어난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보내는 중입니다.

“ 도시는 편리합니다. 작은 커뮤니티라고 해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러 공동체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COVID-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도시가 가진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약 5,000~7,000년 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주변 그리고 중국에서 도시가 처음 등장 했습니다. 당시에도 인류는 전염병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겪으며 힘들게 세운 도시를 탈출해야만 했습니다. 전염병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생기는 위험입니다. 많은 권력자들이 전염병의 위협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5,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서나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세계화 탓에 전 세계가 하나의 도시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한 지역에서 전염병이 생기면 다른 대륙이나 나라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도시마다 나름의 고유한 소리와 개성이 있었습니다. 베를린과 런던의 소리는 완전히 달랐죠. 하지만 오늘 날의 도시는 고유한 특색을 잃고 어딜 가나 비슷합니다. 뉴욕은 아직 오래된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도쿄만 가도 오래된 건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건물을 세워 사용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전 세계가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도시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해야 할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제로 사람들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구의 분산을 도울 수 있겠죠. 그 결과 사람들이 환경을 해치는 일이 줄어들고, 식품과 의료 시스템에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며 도시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생각하는 새로운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뀔까요? 그 속에서 옷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인간은 포유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털 가죽이 없었습니다. 사람은 비와 바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짓는 유일한 생명체죠. 뜨거운 열기와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돕는 털 가죽을 잃었기 때문에 그것을 대신할 피난처의 역할로 집을 지었습니다. 최초의 도시는 돌을 쌓아 집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높은 유리 건물로 진화했습니다. 전기의 발명으로 집안 환경도 쉽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급속도로 바뀐 위기 상황으로 인해 새롭게 드러난 도시의 위험과 약점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는 도시와 에너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장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 후에 새로운 팬데믹을 또 경험할 수 있죠. 만약 새로운 옷을 통해 집과 도시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수 있다면 잃어버린 털 가죽을 되찾는 것 그 이상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에 있는 동안에는 영화나 음악을 구독 서비스로 이용합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티스트를 위해 더 나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상태로도 무척 편리하긴 하죠. 구독 서비스는 창작 작업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음악이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100년이란 긴 시간을 보냈고, 지금에서야 100여 년 동안 지속해온 방식에 큰 변화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구독자를 모으고 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면 꾸준한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아티스트는 더이상 모든 작품에서 수익을 낼 필요가 없죠. 또한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좋은 배우를 섭외하거나 투자를 해서 더 나은 품질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쓸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구독 서비스의 모델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레스토랑은 미리 예약해 놓은 정해진 손님만 만나면 되기 때문에 음식의 양을 예상할 수 있어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환경은 물론 고객과 레스토랑이 모두 윈-윈이죠. 지금까지의 패션 산업은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엄청난 양의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팔기 위해 온갖 마케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정해진 회원만 관리하면 되는 플랫폼이 패션 산업에도 적합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3D 모델링 작업 등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 디자인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패션 업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뭔가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해도 시즌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브랜드가 같은 아이템을 더는 만들어 내지 않죠. 이것은 마치 제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를 거부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최고의 제품은 일종의 스탠다드이자 클래식이 되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모노 톤의 미니멀 룩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옷에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패션을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만약 제 마음대로 입어도 된다면 1년 내내 같은 옷만 입고 지낼 겁니다. 외모는 몇 년마다 계속 변하고 있지만 옷은 지난 4~5년 동안 거의 같은 블랙 진만 입었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제 옷장은 온통 모노 톤의 옷으로 가득한데 블랙 진이 그런 옷들과 꽤 잘 어울립니다. 물론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긴 합니다. 제 피부 톤과 잘 어울리고,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움직임이 편한 옷을 좋아합니다. 1960~1970년대 유럽에서 활동한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 (Marcello Mastroianni)이 저의 패션 아이콘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가 입고 나온 낡은 코트는 신경 써서 잘 차려 입은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저 무심하게 툭 걸쳐 입었을 뿐이죠. 마치 유럽인들이 낡고 너덜너덜해진 가방이나 수첩을 사용하는 것처럼 사실상 다 헤진 코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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