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THE
FUTURE
TOGETHER
TOPIC 1
TOPIC 1
장애인의류리폼지원 캠페인은 유니클로가 사단법인 한국뇌성마비복지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장애로 인해 기성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맞춤형 리폼 의류를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팔이 굽은 채로 마비된 경우, 팔을 소매에 넣는 단순한
동작조차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발 보조기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탓에 청바지를 평생 입어보지 못한 장애인도 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이 캠페인으로
참가자 중 92%가 리폼을 통해 의류 착용의 어려움을
해소하였다는 반가운 결과를 받아 들었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니클로의 활동 중
하나입니다.
김영산
서울시서남보조기기 센터장
보조공학사 출신으로, 현재 사단법인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소속기관인 서울시서남보조기기센터에서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7년 서울시의
지원으로 시작된 '장애인 의복 리폼 시범사업'부터 현재까지
서울시서남보조기기센터에서 장애인의류리폼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모두를 웃게 하는 의류 리폼
몸담고 계신 보조기기센터는 뇌병변 지체장애인을 위한 의류 리폼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뇌병변 장애인에게 의류 리폼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뇌병변 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신체 변형, 운동 기능 저하 및 보조기기 사용으로 기성복을 입고 벗기 어렵고, 몸에 맞지 않는 옷 때문에 많은 불편을 겪습니다. 종일 휠체어에 앉아 허리 교정 벨트를 착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기장이 긴 상의는 허리 부분이 뭉쳐 한겨울에도 두꺼운 외투를 입지 못하고요. 장애와 신체 조건이 제각각 다른 장애인을 위한 기성복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리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어요.
때에 따라 옷을 거의 다시 재단하는 수준까지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일반 수선의 10배 이상 되는 비용을 감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행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요. 일반 수선집을 이용해 본 분들 말씀에 따르면, 업체 측으로부터 “리폼할 시간에 다른 옷 여러 벌을 작업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으셨다고 합니다. 일반 수선집의 경우 ‘단 줄이기’ 같은 단순 작업이 더 익숙하기에,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리폼 작업 자체가 어렵다고도 하고요. 저희와 함께 일했던 40년 경력의 재단사 분께서는 “리폼보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더 쉽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2017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의류리폼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해당 사업이 2018년도를 마지막으로 종료되어서 당시 서울시 측도, 보호자도 안타까워 했어요. 그때 마침 유니클로에서 의류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하고 있어요. 장애인을 위한 옷 리폼 방법과 기술을 상세하게 담은 ‘리폼 가이드북’이 거의 완성될 시점에 사업이 종료돼서 서울시 측도, 보호자들도 무척 안타까워했어요. 그렇게 해서 우리 센터가 시범 사업을 하게 됐고요. 좀 더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의류 리폼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의복 수급 문제도 그렇고, 상황이 녹록지 않았어요. 그때 마침 유니클로에서 의류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하고 있어요.
약 3천8백 명에게 1만6천여 벌을 지원한 걸로 알아요. 앞서 말씀드린 ‘리폼 가이드북’도 발간했고, 의류 리폼 정보를 제공하는 전용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류리폼 프로젝트 참여자의 72%가 리폼 전에는 “의류 착용이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리폼을 경험하고 난 후에는 의류 착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이 8.7%로 감소했어요. 의류 착용 시간이 리폼 전에 비해 10분에서 7분으로 확연히 줄었다는 반응도 기억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참여자의 90%가 “원하던 방향으로 리폼 서비스를 제공받았다.”는 아주 반갑고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었어요.
올해에는 서울과 부산에 거주하는 지체・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서울 3백 명, 부산 1백 명, 총 4백 명의 장애인 분들에게 개인 맞춤형 리폼 의류 1천2백 벌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의류 리폼 홈페이지에 ‘내게 필요한 리폼 방법 찾기’ 기능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나이, 성별, 장애 유형, 의류 종류 등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리폼 방법을 알려주는 기능인데요. 가까운 수선집을 통해 리폼할 때 유용할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업무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하는 일이에요. 열심히 상담하고 리폼 작업을 완료했을 때, 장애인 분들의 만족한 표정을 마주하거나 “혼자 옷을 입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게 제 삶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정말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계속 읽기
모두를 웃게 하는 의류 리폼
모두를 웃게 하는 의류 리폼

김영산
김영산
서울시서남보조기기 센터장주도영
서울시서남보조기기센터 보조공학사
사단법인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소속기관인
서울시서남보조기기센터 소속 보조공학사.
201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유니클로의
장애인의류리폼지원 캠페인에 올해 처음 함께
하게 되었다. 어깨가 무겁지만, 숙련된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믿음직스럽게
이끌어갈
예정이다.
리폼, 장애인의 삶을 더욱 편하게
보조공학사라는 직업이 낯섭니다.
보조공학사는 노인과 장애인이 개인의 신체 상태에 맞는 보조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일을 합니다. 상담, 평가, 적용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요. 업무 형태는 근무하는 곳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으나, 저와 같이 보조기기센터에 근무하는 보조공학사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주로 센터에서 보유 중인 기기를 보조기기서비스를 통해 임대하는 것이 주 업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외에도 휠체어용 책상인 ‘랩보드’나 전동 휠체어의 조이스틱 등을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일을 합니다.
맞아요. 우선 장애와 관련한 이론을 공부해야 하고, 아무래도 기구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공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 조금 유리합니다. 이과와 문과의 지식이 살짝 융합된 업무죠. 보조공학사는 소수 집단이라 아무래도 낯설 거예요. 장애인 복지 활동 중에서도 보조기기 서비스라는 특수 분야에 해당하는 일이라 배출되는 인력도 적고요.
저의 경우 이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재활공학과를 졸업했어요. 처음 학과를 정할 때부터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직업과 관계된 곳으로 가려고 했고, 결국 재활공학과로 진로를 정했죠. 다행히 제 성향과도 잘 맞아서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했고요. 하지만 생각만 확고하다면 꼭 관련학과가 아니어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몇 가지 과목만 이수하면 보조공학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니까요.
전임 팀장님이 해당 사업을 시작하고 5~6년 정도 일하시면서 감사하게도 기반을 잘 다져 놓으셨어요. 처음 합류했을 때는 부담이 컸지만, 프로젝트가 오래 지속되어 온 만큼 이용자도 많고 꽤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어서, 앞으로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센터뿐 아니라 서울시동북보조기기센터,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사단법인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울산경남지회 등 다른 기관과 협업하고, 동시에 전체적인 사업 운영도 해야 해서 부담이 크긴 합니다만 이제 시작이니까요. 사업이 끝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먼저 상담을 통해 장애인 분이 원하는 방향을 수집합니다. 원하는 방향이 없으면 저희가 방향을 대신 제안하고요. 그런 다음 치수를 측정하고 작업을 진행합니다. 장애인 분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결과물이 완성되어야 하기에, 숙련된 재단사의 고민이 요구되는 부분이죠.
재단사님은 의류 수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오신 분이고 또 워낙 초창기부터 사업에 참여해 오신 터라, 리폼에 관해서라면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세요. 그래서 저는 상담한 내용을 재단사님에게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드리는 데 신경을 씁니다. 리폼 관련 용어나 방법 등은 저도 알아가는 단계라, 상담 시 재단사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질문에 답을 드리기엔 상담 경험이 너무 적긴 합니다만 이전에 리폼 서비스를 받았던 분들이 공통으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리폼이 잘 되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요. 그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전임 담당자인 팀장님을 비롯해 관련 업무를 하고 계신 유니클로 담당자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곤 합니다.
전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 싶었고, 제 업무가 그분들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껴요. 좋은 취지의 사업이다 보니 일 자체에서 만족감을 강하게 느낍니다. 그게 제 삶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계속 읽기
리폼, 장애인의 삶을 더욱 편하게
리폼, 장애인의 삶을 더욱 편하게

주도영
주도영
서울시서남보조기기센터 보조공학사TOPIC 2
TOPIC 2
TOPIC 2
낮은 인지능력으로 인해 학업 및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느린학습 아동’ 또는 ‘경계선 지능 아동’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놓여 있어
지원이 매우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유니클로는 올해로 2년째,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느린학습 아동의 교육 지원을 위한 ‘천천히 함께’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꽤 반갑고, 주목해야 할 사실입니다.


낮은 인지능력으로 인해 학업 및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느린학습 아동’ 또는
‘경계선 지능 아동’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놓여 있어 지원이 매우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유니클로는 올해로 2년째,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느린학습 아동의 교육
지원을 위한 ‘천천히 함께’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꽤 반갑고, 주목해야 할 사실입니다.
낮은 인지능력으로 인해 학업 및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느린학습 아동’ 또는
‘경계선 지능 아동’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놓여 있어 지원이 매우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유니클로는 올해로 2년째,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느린학습 아동의 교육
지원을 위한 ‘천천히 함께’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꽤 반갑고, 주목해야 할 사실입니다.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
김병기 본부장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에서
사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기업과 함께
아동 및 청소년 중심의 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사회 공헌 전문 파트너
NGO(비정부기구)다. 요컨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과
연계해 아동 및 청소년의 다양한
교육과 문화 예술 지원 사업을 제공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배움의 속도가 조금 느릴 뿐
느린학습 아동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입니다. 그런데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은 아이들이 있어요. 바로 또래보다 배움이 느린 학생들이죠. 배움이 느리면 학습은 물론 대인관계나 생활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아이들이 지적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최근 경계선 지능 아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도 했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느린학습자 교육지원법 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정부에서도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기업으로부터의 관심은 받지 못하던 중 유니클로 측에서 느린학습 아동들을 위해 큰 규모의 지원을 하고 싶다고 제안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유니클로와의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의 기초 학습 능력 증진과 대인관계 및 사회성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그들이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느린학습 아동은 경계선 지능과 ADHD를 앓고 있는 경우를 비롯해 배움의 속도가 느린 아이들을 뜻합니다. 그중 경계선 지능은 웩슬러 지능검사를 기준으로 IQ 75~85에 해당하며, 지적장애인과 비 지적장애인의 경계에 있다고 해서 경계선 지능이라 불립니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또래들보다 학습 능력, 어휘력, 인지능력, 이해력 등이 떨어지고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낍니다.
전문 지식을 가진 멘토와 1:1 수업으로 진행되며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기초 학습과 정서 함양을 위한 멘토링이 포함됩니다. 이밖에 아이들의 자존감 및 인지 표현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룹 활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총 231명의 느린학습 아동이 참여했는데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언어, 수리, 탐구 분야의 사고능력과 선수학습능력 수준을 캠페인 전후로 측정한 결과, 전체 백분위 점수가 18.12%에서 49.31%까지 향상되었고, 종합적응능력 진단 검사에서도 개인 적응과 사회 적응이 각각 12%, 5%씩 향상되었습니다.
생애 주기별로 각 시점에 맞는 교육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기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는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그 점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지원 교육을 받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리도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배려해 주고요.
더 많은 아이를 도울 수 있게, 먼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요. 지방에 사는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은 인지 학습 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고등학생과 후기 청년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업 사회 공헌 사업을 계속해서 확대해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느린학습 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넓어지고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계선 지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두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이자 목표입니다.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지금의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가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어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내도 좋아합니다. 이전 직장에 다닐 때보다 얼굴이 더 좋아졌다고 해요. 늘 웃고, 전보다 더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그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더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요. 기업의 지원으로 하는 이 일이 세상에 저를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게 하고, 궁극적으로 제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계속 읽기
단지, 배움의 속도가 조금 느릴 뿐
단지, 배움의 속도가 조금 느릴 뿐

김병기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이보람
특수학교 교사
16년 차 특수 교사이자 경계선
지능(느린학습자) 아이 러블린의 아빠로
유튜브 채널 ‘경계를
걷다(@walkonboarderline)’를
운영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 아동들이 편견
없는 세상에 살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차가운 현실과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특수 교사로서 지금처럼 경계선 지능 아동들을 위해 활동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입양을 통해 만난 제 막내딸 러블린이 어느 순간 느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경계선 지능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고, 제 직업이 특수 교사이긴 해도 경계선 지능에 대해서는 아주 잠깐 배우고 넘어간 게 전부라 아는 게 많지 않았어요. 이후 아이들이 복지 사각지대,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해당 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좀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특수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상황에서 저 자신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것이니까요. 입양 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그런 진단을 받으니,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어요. ‘내가 아빠가 아니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아이가 좀 더 어렸을 때 진단을 받았다면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도 했고요. 그런 생각 끝에 결국에는 지금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죠. 아내의 말이 특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아이가 우리를 만나서 힘들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와 함께 더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요.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저희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가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 애를 썼어요. 아이에게 좋다는 것도 모두 해보고요. 그러다 문득 ‘아이의 지능이 지금보다 조금 더 발달한다면 과연 행복할까?’ 생각해봤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아이를 둘러싼 차가운 현실과 환경을 바꿔주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강연과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요.
느린학습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교에서 평균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능 점수를 올리거나, 그보다 더 성공적인 뭔가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학습 능력보다 학습 심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아이들이 무언가를 시도할 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도전해 볼 거야’라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게 학습 심리인데요. 저는 학습 능력보다 이 학습 심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리큘럼을 좀 더디게 쫓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심리적 성공 경험을 자주 쌓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한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했는데 많이 틀렸어요. 스스로 자기는 느린학습자라며 자조 섞인 푸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말해줬어요. “학습 면에서는 네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릴 수 있지만 지난주에 네가 내게 만들어준 달걀찜 요리에 관해서라면 너는 더 이상 느린학습자가 아니야. 그리고 피아노 연주에서도 너는 또래들보다 느리지 않아”라고요. 각자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르고, 그중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뭔가를 성취하는 방식으로 느린학습자의 상황을 회복시키기보다는 그들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다 보면 또래 아이들만큼은 아니더라도 각자 자기 속도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일반적으로 좀 느리게 파악되는 경우가 많아요. 느린학습자라고 모든 게 느리진 않거든요. 잘하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잘하는 것 위주로 보고 우리 아이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구체적인 특성을 말씀드리면, 일단 언어 습득이 좀 느려요. 제 아이도 집에서 봤을 때는 괜찮았는데, 어린이집에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티가 나기 시작했어요. 대화할 때도 상황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소리를 하거나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잦았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무래도 한글이나 기초 학습을 익히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과 격차가 생기다 보니 비교적 쉽게 파악이 되고요.
‘천천히 함께’는 이제 2년 차가 되었습니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함께 했어요. 아이들과의 1:1 멘토 교육을 통해 인지적인 것도 가르치지만, 함께 어울리는 체육 대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경제 교육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가르치기도 해요. 또한 부모들이 제일 원하는 사회성을 향상하기 위해 대인관계 교육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전 및 사후 검사를 통해 아이들이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향상되었다는 결과를 받아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프로젝트입니다.
이제 조금씩 사회적으로 느린학습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지금보다 더 지속 가능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느린학습자들은 생애 주기별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거든요. 일례로 지금 현장에서는 느린학습자 아이들의 고립과 은둔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아이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을 때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해요. 저는 느린학습 아동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기르는 부모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박사과정도 준비하고 있죠.
생각의 전환이 제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나 싶어요. 아이가 느린학습 아동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좌절했지만, 돌이켜보면 덕분에 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러블린이 저희 가정에 오게 되기도 했으니까요. ‘이 일로 인해 내가 전보다 더 사회에서 중요한 사명을 감당하며 살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의 전환 자체가 제게는 큰 성장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젠 감사한 마음입니다.
계속 읽기
차가운 현실과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차가운 현실과 편견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이보람
이보람
특수학교 교사



TOPIC 3
TOPIC 3

오늘날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저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이상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가까스로 좋은 방법을 찾아낸다 해도 세상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유니클로 역시 이상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마침내 RE.UNIQLO라는 유의미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RE.UNIQLO는 헌 옷에 새로운 생명과 가치를 부여하는 유니클로의 창의적인 계획이자
제안으로서 옷의 재사용과 재활용, 수선, 리메이크 등을 통해
옷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합니다. 한편 유니클로의 이러한 여정에
동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생겼으니, 바로
RE.UNIQLO STUDIO입니다.

아끼는 옷을 오랫동안 소중하게 입을 수 있도록 손상된 부분을 정성스럽게 수선합니다.

마음에 드는 자수를 골라 새로운 유니클로 옷으로 리메이크 할 수 있습니다.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수거해 옷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부합니다.

더 이상 입기 어려운 옷을 새로운 옷을 위한 소재로 재활용하거나, 재활용되기 어려운 옷은 단열처리를 위한 재료로 활용됩니다.
유니클로는 2022년
RE.UNIQLO STUDIO라는 공간을 유니클로 매장
내에 처음 마련했습니다. RE.UNIQLO STUDIO는 고객이 쇼핑과 동시에 옷을 수선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RE.UNIQLO
STUDIO에서 제공하는 수선 서비스로는 옷에 생긴 구멍 및 찢어짐 수선, 솔기 수선, 패치워크 부착
등이 있으며, 필요한 경우 고객의 요구에 맞는 수선
작업을 추가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즐겨 입는 유니클로 옷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과정이 조금은
심플해졌다는 것, 꽤 반가운 소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입지 않는 유니클로 옷의 경우 매장에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기부한 옷은 전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며, 일부는 또 다른 옷의 소재로
재활용됩니다. 이처럼 유니클로 옷을 더 오래, 더 유용하게 입을 수 있는 기회가 곧 우리에게도
찾아옵니다. 조만간 한국 최초의 RE.UNIQLO STUDIO를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TOPIC 4
TOPIC 4
이우재
작가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고 그것에 숨은 잠재력을 찾아 작업하는
이우재 작가는 그 스스로 ‘페이퍼 브릭 프로젝트’라 명명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폐신문지로 펄프로 만든 뒤 색을 입히고 반죽해
완성한 작품이 그것이다. 재오픈을 앞둔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의 고객 대기 공간과
2층 피팅룸에서 그의 작품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쓰레기장에 많은 양의 신문지와 광고지가 버려져 있는 걸 보게 됐어요.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버려지는 종이에 새롭고 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작업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먼저, 수거한 폐신문지를 물에 불려 펄프로 만듭니다. 그런 다음 펄프에 원하는 색을 입히고, 풀과 섞어 반죽한 후, 원하는 모양을 잡아 완성합니다.
계절에 따라 다른데, 예를 들어 스툴 같은 작업은 하나 만드는데 약 2 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장마철에는 공기가 습해서 건조 과정에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요.
시도해 봤는데 그렇게 하니까 표면에 균열이 생기기도 하고, 휘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또 색에도 오차가 생기고요. 그래서 결국 자연 건조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 옷을 볼 때마다 과도하게 멋을 부리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심플하고 진솔하죠. 그런 느낌이 제 작업과 닮았고, 제 가치관과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결정이 어렵지 않았어요.
제 작업에는 조연 같은 재료를 주연으로 끌어올리려는 성향과 목표가 담겨 있어요. 오히려 회색 톤 위주여서 유니클로의 다채로운 색들과 더 잘 어우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기존의 제 작업과 차이를 주기 위해, 유니클로 옷을 재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시도도 하고 있고요. 어쨌든 유니클로는 옷을 파는 브랜드잖아요. 재활용한 옷과 작품을 결합해 결과물을 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제 작품을 직접 만지고 경험해 보길 바라요. 쓸모없어 보이는 신문지와 폐섬유 같은 재료로 만든 가구들을 직접 만져보고, 실제로 앉아도 보면서요. 그 과정에서 제 작업의 물성에 대해 이해하고, 촉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맞아요. 그리고 직접 만져보시면 보들보들해서 따뜻함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계속 읽기

이우재
이우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