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Jil

Photography by Yoshio Kato (Down & Shirtsproducts)

Interview by UNIQLO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J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녀의 컬렉션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녀에게 16개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Jil Sander @ Peter Lindbergh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J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녀의 컬렉션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녀에게 16개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Q1.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꼭 지키는 습관이 있나요?

제 일상은 단순합니다. 먼저 명상과 요가를 시작하기 위해 모든 창을 활짝 엽니다. 아침에는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따뜻한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Q2.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은 무엇인가요?

잇사 고바야시(Kobayashi Issa) 의 하이쿠 선집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루이스 맥켄지(Lewis Mackenzie)의 영어 번역이 병기된 책인데 여행갈 때도 자주 가지고 다닙니다.

Q3. 북부 독일의 자연 경관은 당신과 당신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함부르크에서 자랐지만 당시 거리에는 아직 전쟁의 상처가 많이 남아 있어 어렸을 때는 자연을 느끼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함부르크는 항로를 통해 발트 해와 연결되어 있으며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베네치아보다 더 많은 해협과 강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는 항상 물이 있었습니다. 자연에 대한 제 첫 인상은 변화하는 하늘의 색과 수면에 반사되는 빛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함부르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전원지대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는 탁 트인 전망 속의 농장과 숲 그리고 초원의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봄이면 힘차게 싹트는 신록의 모습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독일 북부지방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눈구름이 갑자기 나타나 풍경의 색채가 급변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또한 이 근처는 태양빛이 투명하고 밝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빛이 너무 맑아서 모든 것이 비쳐 보일 정도입니다. 이 빛은 원단 선택에 있어 저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컬러는 물론이고 옷감의 품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이곳의 빛 아래에서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습니다. 직조의 모든 디테일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최고 품질의 원단만 골라낼 수 있습니다

다운과 솜을 부위에 따라 나누어 사용한 하이브리드 다운 재킷. 지퍼와 버튼이 숨겨져 있는 올 블랙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넓은 칼라와 그로그랭 포켓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벨 모양으로 퍼지는 와이드한 슬리브가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연출합니다.
하이브리드 다운 재킷

Q4. 크레펠트 섬유 학교(Krefeld School of Textiles)에서 공부할 때 배운 바우하우스의 철학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바우하우스에 있던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나중에 크레펠트 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고, 건축물이나 패턴을 디자인 하기도 했습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도 크레펠트의 실크 산업을 위해 멋진 건축물들을 설계했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에도 바우하우스적인 접근법은 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바우하우스 건축의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불필요함이 배제된 순수한 형태를 추구하고자 하는 저 자신의 직감이 바우하우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Q5.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결정은 언제 내렸나요?

저는 독일의 한 패션 매거진에서 패션 에디터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화보 촬영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일을 했었는데 생각하고 있는 룩을 화보에 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촬영을 해야 하는 옷의 디자인을 위해 저는 생산업자에게 연락을 취해 디자인에 대한 특정한 제안을 하곤 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그렇게 하자 어느 날 하이테크 패브릭(hightech fabric) 분야의 최대 생산업자가 저를 찾아와 직접 디자인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묻더군요. 결국 제 미적 기준에 맞지 않은 옷을 모아서 촬영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옷을 실제로 만드는 일이 더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Q6. 검은색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북부 독일의 빛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대부분의 검은색 천은 그 빛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추구하는 검은색 염료를 ‘더블 블랙’ 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흰색과 반응해도 색이 희미해지지 않고 강렬한 그래픽 대비를 이룰 수 있는 검은색입니다.

Q7. 당신은 패턴 및 핏과 같은 다양한 변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디자인을 합니다. 특별한 규칙이 있나요?

저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몸 위에서 직접 디자인을 하며 피팅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항상 모든 각도와 입체감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피팅 과정은 디자인할 때 새로운 형태와 비율로 연결되곤 하죠. 제 눈은 저에게 가장 강력한 도구로 작은 실수나 잘못 그리고 무엇이 시대착오적인 디자인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어느 부분이 신선하고 언제부터 디자인이 참신하게 보이기 시작하는지도 금방 눈치 챌 수 있죠. 동시에 고객의 다양한 요구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신체와 키, 체형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며, 가능한 한 많은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컬렉션을 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Q8. +J 컬렉션에서 유니클로의 생산 기술력과 당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어떻게 결합했나요?

유니클로는 생산에 대한 많은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을 생산할 수 있고, 원활한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디테일에도 뛰어납니다.

Q9. 새로운 +J 컬렉션은 어떤 이미지를 담고 있나요?

저는 평소에 환상이나 생각만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무드 보드만을 사용하지도 않죠. 제 창의성에 토대가 되는 것은 피팅과 원단을 사용한 실험입니다. 몇 가지 방향을 제외하거나 도입하면서 일을 추진합니다. 제 눈은 말씀드린 대로 새롭게 떠오르는 형태에도 미세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Q10. 2009년의 첫 +J 컬렉션 이후 당신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요?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느껴집니다. 심지어 패션에 있어서도요.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지는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특정한 행태에 큰 피로를 느끼고 있습니다. 소재와 생산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새로운 원단은 다양한 재단과 패턴을 위해 새로운 기법을 필요로 하죠. 굳이 시대정신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현대의 정교한 기술은 꼭 필요합니다. 저는 현재 사람들이 무엇에 매료되어 있는지, 긴장과 조화가 어디에 있는지 느끼고 있습니다

몸통 부분의 히든 버튼 플래킷과 가슴 포켓의 +J 로고 자수와 같은 섬세한 디테일 덕분에 심플한 플라이 디자인이 더욱 돋보입니다. 뒷면이 약간 더 넓어 여유 있는 룩과 우아한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SUPIMA COTTON 오버사이즈 셔츠

Q11. 정원을 가꾸는데 많은 열정을 쏟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옷이 아닌 이러한 공간 디자인이 세상에 대한 당신의 관점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항상 건축학적 체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입체적인 공간에서 특별한 가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시골에서 몇 년 동안 영국식 정원을 가꾸었지만 위대한 조경가인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의 팬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미술 공예운동과 비슷한 시기에 활약했으며, 그녀의 친근한 정원 디자인은 클래식한 분위기의 영국식 정원과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제 정원은 넓은 전망과 한적한 공간, 울타리 장미와 부엌 정원 그리고 명상에서 비롯한 비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거트루트 지킬은 이렇게 적었어요. ‘정원은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정원은 인내와 세심한 배려를 가르칩니다. 정원은 근검절약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전한 신뢰를 가르칩니다.’

Q12. 당신이 특별히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는 1998년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인 로렌조 “렌조” 몽기아르디노(Lorenzo “Renzo” Mongiardino)를 깊이 존경합니다. 저는 함부르크에 있는 집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그에게 맡겼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모더니즘 운동에 대항하며 장인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갖춘 그는 독창적인 역사주의 스타일을 창조했으며, 시대정신에 좌우되지 않는 관점을 추구했습니다. 렌조는 자기 자신의 생각을 떨쳐버리고 대신 르네상스적인 판타지를 받아들이도록 저를 설득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대가답게 영감에서 비롯한 디자인을 단계적으로 하나씩 진행하며 진정으로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렌조는 베네치아에서 찾은 17세기 르네상스 극장의 나무 조각과 동화 같은 주제를 갖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렌조가 가진 따뜻함, 그의 놀라운 역사적 지식과 대담성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역사를 생각할 때 그 시대의 가장 큰 공적을 보고 진정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면 모든 시대에서 진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본질은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것도 함께 말이죠.

Q13. 깊은 인상을 준 책들이 있나요?

저는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y)나 나보코프(Nabokov), 톨스토이(Tolstoy), 체호프(Chekhov), 고골(Gogol), 아흐마토바(Akhmatova)와 같은 러시아 문학을 가장 좋아합니다.

Q14. 기술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패션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오늘날 우리에게는 인터넷 쇼핑몰,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이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패션 산업에 있어서 큰 원동력입니다. 패션은 다른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부활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순히 화려한 룩과 실제 사람들의 겉모습을 진정한 의미에서 잘 보여주는 디자인을 확실히 구별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15. 미래에는 어떤 소재가 있으면 좋을까요?

천연 재료로, 자연환경과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하이브리드 소재가 나오길 바랍니다.

Q16.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옷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옷은 입는 사람을 지켜주고 글로벌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와 자신감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Jil Sander | 질 샌더
Fashion Designer
독일에서 출생. 여성 잡지의 패션 에디터로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1968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질 샌더(JIL SANDER)를 론칭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가한 질 샌더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브랜드를 떠났지만 여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1995년에는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독일 최고 영예인 분데스베르디엔스트크루즈(Bundesverdienstkreuz)를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유니클로와 함께 '미래를 열다(Open the Future)' 라는 컨셉으로 +J 컬렉션을 출시하며 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유니클로와 질샌더의 +J 컬렉션은 2011년에 마무리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2020년 가을&겨울 시즌에 +J가 다시 돌아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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