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Far From Home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리아 바라노브스카(Dariia Baranovska)씨는
현재 암스테르담의 유니클로 매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THE POWER OF
CLOTHING
2022년 9월 No.23
"저는 약혼자와 함께 여행 중이었어요.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와 철학에 관심이 깊은 다리아 씨는 우크라이나의 키이우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약혼자와 함께 폴란드 여행 중, 귀국하기 바로 전날 러시아 군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Photographs by Shinsuke Kamioka
다리아 바라노브스카(Dariia Baranovsk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니클로 칼버스트라트점 근무. 유니클로의 난민 지원 노력의 일환으로, 다리아씨 외에도 4명의 난민들이 이 매장에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습니다.
약혼자인 알렉스와 제가 이웃 나라인 폴란드로 여행을 떠난 것은 2월 5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옛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던 전통과 역사의 도시 크라쿠프에 몇 주 동안 머물렀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2월 25일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여행 마지막 날 새벽 5시에 알렉스가 갑자기 나를 깨웠습니다. 그는 심각한 목소리로 "우리는 이제 키이우로 돌아갈 수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키이우 부근이 공격을 받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어리둥절한 채로 TV 뉴스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어요.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사람들의 행렬 때문에 키이우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5백 킬로미터가 넘는 도로에 교통 정체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 광경은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제 눈앞의 상황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았던 새로운 삶이 그렇게 시작되어 버렸어요.
알렉스는 계속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저희는 결국 고민 끝에 폴란드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키이우에 있던 알렉스의 어머니는 차로 국경을 넘어 저희가 있는 크라쿠프에 겨우 도착했고, 이곳에 잠시 머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리먼은 우크라이나의 키이우에서 육로로 약 2,000km 떨어져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와 실존주의 철학
저는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키이우의 영화관 체인 사업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 볼 생각이었죠. 제가 어려서부터 영화관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지금 영화관 사업은 한물 갔다고는 해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멋진 경험 만큼은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로 제작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같은 고전적인 휴먼 드라마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월트 디즈니의 오래된 명작부터 픽사의 신작,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도 좋아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제가 7살 때 우크라이나에서 개봉했어요.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전공과목 외에도 철학과 영어 과목을 반드시 수강해야 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철학을 접하게 되었고, 곧바로 철학이라는 학문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아직 건강하셨던 저희 어머니로부터 예전부터 즐겨 읽으셨다던 철학입문서 한 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책 덕분에 디드로의 '무신론'과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제 전공을 철학으로 바꾸고 싶었을 정도였죠.
다리아 씨가 즐겨읽는 책들. 폴란드 여행동안 가지고 다녔던 '애니메이션의 역사(위 사진)', 어머니에게 받았던 철학입문서
네덜란드에서 집 구하기
사정이 생겨 대학원을 자퇴하고, 영화 제작과 편집 관련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아마존(Amazon)에서 온라인 고객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고, 이 일이 제가 우크라이나에서 하던 마지막 일이었어요. 알렉스는 홍보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원격으로 계속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알렉스의 어머니는 15시간이나 걸린 끝에 국경을 넘어서 겨우 폴란드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그녀의 친구분으로부터 네덜란드에서 아파트 임대업을 하고 있는 지인을 소개 받게 되었어요. 마침 비어있는 숙소가 있어서 무료로 숙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폴란드를 뒤로 하고 더 서쪽으로 나아가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에 있는 리먼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어린 다리아와 그녀의 어머니가 키이우 국립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과, 우크라이나의 상징적인 문장으로 디자인된 어머니의 목걸이
알렉스 어머니의 친구분 덕분에 찾게 된 집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멋진 곳이었습니다. 알렉스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저는 여기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어요. 전쟁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저희는 결코 이곳에 올 일이 없었을 거에요.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리먼은 키이우에서 거의 2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거든요.
이 집을 찾을 수 있게 되서 저희는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알렉스와 저는 여행 중에 바로 이곳으로 오게 되는 바람에 겨울 옷 몇 벌만 가지고 있었던 상태였고, 알렉스의 어머니는 거의 아무것도 챙겨오지 못했죠. 저희는 거의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옆 동네에 자선 시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는 바로 그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곳에서 저희에게 필요한 많은 것들을 무료로 얻을 수 있었어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알렉스가 좋아하는 팬케이크와 과일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에요. 그 시설에는 장난감을 포함해서 아기와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물건들이 있었어요. 그곳 사람들의 지혜와 배려, 그리고 친절함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자선 시설을 몇 번인가 방문했을 때, 누군가 저희에게 "혹시 자전거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기차역에 갈 때도 아주 편리해 보였죠. 저희는 "만약 남는게 있으면 받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고,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자전거를 두 대나 받을 수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키이우에서는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근처를 몇 바퀴를 돌면서 연습을 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기차역까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주변이 시골이라 여기서 자전거를 타면 기분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져요.
자선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센터는, 15년간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한 러시아 여성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생활 필수품 제공은 물론이고 네덜란드에서 통용되는 영어회화 수업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난민들이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일종의 헬프데스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즐겁게 외출하는 모습
사람들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일터 찾기
도움을 받기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떻게든 시설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기부된 물품들을 받아서 정리하는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제가 이 곳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스테르담의 유니클로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유니클로에서 울트라 라이트 다운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유니클로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어요. 매장에서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 키이우에 남아있는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걱정만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 머릿속은 온통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가득차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막막했죠. 하지만 고객들과 소통하면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제 자신 속에만 갇혀있을 수는 없게 됩니다. 이런 장소와 시간이 저한테는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제 희망대로, 매장에서 고객들을 대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즐거워요. 여기에서 하는 일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암스테르담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입니다. 이곳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네덜란드 이외의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고객들도,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방식들도 미묘하게 다른 것 같아요. 매우 흥미롭습니다.
매일매일 다양한 고객들을 접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객으로부터 "이 제품으로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 고객이 노르웨이에서 왔는지, 스페인에서 왔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의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 대답도 달라져야 하죠. 그래서 저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라면 이 제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같이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여 고객을 응대하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다양성 덕분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죠.
암스테르담의 유니클로 칼버스트라트점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
언젠가는 다시 우크라이나로
제 영어 발음과 억양 때문인지 사람들이 가끔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라고 물어볼 때가 있어요. 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보다 억양이 부드럽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어가 이탈리아어처럼 선율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고객분으로부터 "당신의 억양은 일반적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억양보다 조금 더 강한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우크라이나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도 할 줄 아는데, 아마 이런 점이 제 영어 억양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일해야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언젠가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어요. 특히 알렉스는 지금 자신이 조국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매일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아마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요.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평화를 되찾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생명도 잃게 되죠. 평화로운 삶을 살 때는 별로 의식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평화는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결코 평화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조국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 입니다.
퇴근 후 동네 도장에서 유도를 배우는 알렉스
산책하기 좋은 양떼 목장. 어머니의 유물인 목걸이
전쟁이 시작된 지 5일 만에 약 5만 벌의 의류를
폴란드에 전달한 유니클로
우크라이나에 위기가 발생한 직후, 유니클로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NGO와 협력하여 온오프라인 매장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마리아 사모토 르 두스(Maria Samoto le Dous)
EU 서스테이너빌리티부 리더
마리아는 늘 긍정적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6년전, 시리아 난민을 고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리아를 탈출한 청년이 베를린의 유니클로 유니클로 매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 청년은 지금도 독일의 유니클로 매장 운영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침공이 시작된 것은 목요일이었습니다. 그 다음 주 초에 이미 우리 메일함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어요.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입니다. 거점이 된 폴란드의 당시 기온은 영하로 매우 추웠기 때문에 난민들에게는 따뜻한 옷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오랜 파트너 중 하나인 굿즈포굿(Goods for Good)에 연락하여 창고에 있는 겨울 옷들을 전달했습니다. 그들의 협력으로 약 5만 벌의 옷을 폴란드로 보낼 수 있었죠.
이런 대규모 긴급 사태는 6년 전 시리아 내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독일에 살았기 때문에, 독일이 1년 동안 12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을 받아들였던 상황을 가까이에서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난민들에게 의류나 취업 기회를 제대로 잘 제공하기 위해서는 NGO나 UNHCR 같은 단체, 그리고 내부의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의류 지원과 동시에 독일이나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난민 채용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약 20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고용했습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저희는 직원을 고용할 때 국적이나 출신을 포함한 각종 차별을 절대 용인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팀이 상호 존중할 수 있게 되면, 팀워크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점포 운영의 효율과 서비스의 품질도 향상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종교나 생활방식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소한 행동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특정 지역에서는 선생님이나 상급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버릇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데요. 이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심각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유럽권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지만, 문화의 차이는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재판매 방지를 위해 태그를 제거하는 모습
기부를 위한 프레임워크 만들기
의류 지원과 함께 사내에서도 기금 마련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으로 시작했었는데, 나중에는 고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하였습니다.
매장에서도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쇼핑한 물건들을 계산하다 보면 꼭 끝자리 작은 금액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희망하시는 고객님들은 해당 금액의 일부를 UNHCR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3만 명이 넘는 고객으로부터 10만 유로를 모을 수 있었어요. 계산대에서 부담없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고객들이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사태로 인해 난민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사실 난민 문제는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수단, 미얀마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뭔가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난민 지원을 계속해 가고 싶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굿즈포굿(Goods for Good)은 분쟁이나 빈곤,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NGO 단체입니다. 영국 런던 외곽에 위치한 굿즈포굿(Goods for Good) 본부를 방문하여 현재 상황과 그들이 지원을 제공하는 방법 등을 알아봤습니다.
로잘린드 블루스톤(Rosalind Bluestone)
창립자 겸 CEO, 굿즈포굿(Goods for Good)
로잘린드 씨는 영국에 기반을 둔 자선단체에서 12년간 근무한 후, 8년 전 NGO를 설립하였습니다. 현재는 25개 국가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굿즈포굿(Goods for Good) 본부는 런던 북서부 왓포드의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빈곤과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지역, 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제공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 세계 각지로부터 음식과 물, 의약품, 옷 등 다양한 구호물품들이 일본으로 보내졌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구호물품 상자들에 라벨이 명확하게 붙어 있지 않은데다, 학교 체육관 같은 곳에 구호물품 상자들이 높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하나하나 상자들을 열어 필요한 물품과 필요없는 물품들을 분류해야 했었습니다. 구호물품 상자에 정확한 라벨을 붙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160명의 고아들을 위한 160개의 테디 베어
굿즈포굿(Goods for Good) 의 CEO이자 설립자인 로잘린드 블루스톤은 말합니다. "피해 지역에 물품을 보내는 기본 원칙은 간단합니다.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은 항상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불필요한 물품을 보내면, 그것은 단순히 쓰레기가 되어 버릴 뿐만 아니라 그 물품을 운반하기 위한 에너지 자원까지 낭비하게 됩니다. 또한, 구호물품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안에 든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보낸다면, 자원봉사자들과 물품을 배포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추가 작업을 발생시킬 것입니다."
본부 건물은 크지는 않지만, 예전에 건축 자재를 취급하는 회사가 쓰던 곳이기 때문에 건물 내에 작은 창고가 있습니다. 그곳에도 소량의 재고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유니클로가 폴란드에 보내기 위해 전달한 5만벌의 옷들은 어디에서 발송이 되었을까요?
"저희는 영국에 2개, 네덜란드에 1개의 창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옷들은 109개의 팔레트에 담겨 네덜란드 창고로 배송되었죠. 각각의 팔레트에는 큰 박스 18개를 실을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부터 가능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폴란드로 배송되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날에는, 유니클로에서 보내 준 아동복들을 선적하기 위한 작업으로 분주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재판매 방지를 위해 제품의 태그를 제거하고 있었고,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웨일즈로 향하는 트럭에 물품들을 싣고 있었습니다.
유니클로에서 지원한 아동복을 수거하기 위해 웨일즈의 자원봉사자들도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유니클로 직원들도 함께 작업을 도운 덕에 원활하게 물품들을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위 중앙 사진은 휴대용 20GB SIM 카드.
“조만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고아가 되어 버린 160명의 어린이들이 영국으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옷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저희와 함께 하고 있는 한 백화점에 테디 베어를 160명분 제공해 주실 수 있을지 상담했습니다. 결국 그 두 배 정도 수량의 테디 베어가 저희에게 전달되었어요.”
추위와 굶주림은 도울 방법이 있지만, 잃어버린 부모를 대신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도 테디 베어는 아이들이 작은 품에 안기에 좋은 크기이기도 해서, 단순한 물리적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로잘린드가 생각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란 바로 이런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휴대폰의 SIM 카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것은 이전에는 없던 물건이지만, 국경을 넘을 때는 꼭 필요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한 통신회사로부터 8,500개의 SIM 카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우크라이나 사람들에 지원했는데, 사람들이 매우 기뻐했습니다."
기금 조성의 어려움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또 다른 거주지인 몰도바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불리고 있습니다. 굿즈포굿(Goods for Good)은 우크라이나 난민들뿐만 아니라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는 몰도바 사람들에게도 지원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굿즈포굿(Goods for Good)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역시 자금이 가장 필요합니다. 빈곤이나 자연재해, 분쟁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구호물품을 보내야할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품을 관리하고 발송하는 창고도 늘려야 하는데 자금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는 협력해 주시는 기업들이나 단체들, 일반 개인 지원자들 덕분에 어떻게든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구호물품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저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죠."
분쟁 등을 피해 고향을 떠난 난민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습니다.
더 이상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난민에 대한 인식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피난을 강요받는 사람들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나켄 리츠(Ritsu Nacken)
유엔난민기구(UNHCR) 일본사무소 수석부대표
국제 기독교 대학(ICU)을 졸업하고, NGO단체에서 근무한 후, 뉴스쿨대학 대학원에서 비영리단체 경영을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 후, 피지, 이탈리아, 에티오피아, 베트남, 스리랑카 등에서 유엔 관련 기관에서 20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2021년부터 유엔난민기구에 재직중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분쟁이나 박해 등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지난 10년, 20년 동안 난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난민 관련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난민의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에티오피아,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들에 대한 지원 니즈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후변화 역시 난민 수가 증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평화'나 '인권' 등이 더 이상 당연한 보편적 가치로 여겨지지 않는 사회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결과로 피난을 강요받은 사람들, 특히 여성이나 어린이 등 취약한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요인들이 세계를 더 불안정하게, 난민들의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국제 사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난민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역사회, 기업, 개인의 중요성
각 국가가 국가별로 난민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영구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난민 문제의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피난을 강요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나 기업, 그리고 거기서 사는 사람들의 이해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난민들이 그 지역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끼고 실제로 그 지역의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UNHCR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난민 구제를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피난을 강요받는 사람들을 실제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우선 현지에 신속하게 인력을 파견하고, 긴급 대피소와 피해지원 접수처 설치합니다. 그리고 임시 숙소나 생활 필수품을 포함한 구호물품들을 제공하며, 의약품이나 식료품, 옷 등 생활 필수품을 구입하기 위한 현금지원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뿌리를 둔 NGO 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의 경험과 협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UNHCR은 140곳 이상의 인도주의 단체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인신매매나 성적 착취의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파트너 단체와 협력하여 분쟁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폭력을 당한 어린이들, 그리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상담을 실시하고, 수유 공간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적절한 장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케이스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
다양한 기업들이 의류, 가구 등의 구호물품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직후, 방한성이 높은 옷이나 침구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였고, 동시에 11억 엔 이상의 현금을 기부하였습니다.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고객 참여형 기부 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기부는 난민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유연한 지원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민 문제에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난민 지원 활동에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난민 문제는 더 이상 먼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피난을 강요받은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Thanks to your donations, the Ukraine emergency relief fund has raised over
19 million yen to date.
Please allow us to extend our heartfelt appreciation. All donations collected at donation boxes in UNIQLO and GU stores and online will be used in programs for supporting people displaced due to the crisis in Ukraine. Thank you all so much for your help.
옷의 힘을 사회의 힘으로
유니클로는 생활 필수품 중 하나인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로서 '옷의 힘'을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말 옷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옷을 전달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더 이상 입지 않은 옷을 전달받아 전 세계 난민과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기부하고 있습니다.
의류 기부
4,619만 벌 이상
79개 국가 및 지역(2021년 8월 31일)
아프리카 지역 기부 | 33,957,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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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 기부 | 7,349,900 |
중동 지역 기부 | 3,039,600 |
유럽 지역 기부 | 1,256,400 |
북미 지역 기부 | 324,100 |
남미 지역 기부 | 230,600 |
오세아니아 지역 기부 | 36,700 |
UNIQLO UT PEACE FOR ALL. 모든 수익금은 세계 곳곳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됩니다.
여러분도 동참해 주세요.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UNIQLO UT PEACE FOR ALL 프로젝트는 예술, 디자인, 문학, 과학, 스포츠 분야를 이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티셔츠 컬렉션입니다.
Jonathan Anderson
Tadao Ando
Rei Inamoto
Wim Wenders
Kosuke Kawamura
Shingo Kunieda
Kashiwa Sato
Adam Scott
HANA TAJIMA
Kei Nishikori
Ayumu Hirano
피너츠(PEANUTS)
Ines De La Fressange
Keith Haring
Haruki Murakami
Shinya Yamanaka
Lisa Larson
Gordon Reid
Christophe 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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