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INAWA
Discovering Blue

Photography by Kazufumi Shimoyashiki Text by UNIQLO

신비로운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블루.
네이비에서 아쿠아마린까지, 무한한 색감과 색조가 펼쳐집니다.
눈부시게 푸르른 오키나와에서 각각의 블루를 만들고 있는 3명의 아티스트를 만나보았습니다.

PROLOGUE

2022년 유니클로는 ‘유니폼 블루(UNIFORM BLUE)’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출시합니다. 이 신제품은 인디고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색조를 담고 있습니다. 오키나와는 어디에서나 푸르름이 느껴집니다. 수정처럼 반짝이는 바다와 하늘, 그 색을 닮은 블루 색상의 공예품까지, 섬을 돌며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3가지 블루를 만나보았습니다.

UNIFORM BLUE Sweats 블루에는 수많은 표정이 있습니다.

  • Indigo Sweatshirt

UNIFORM BLUE Stand Collar Shirts

  • Denim Oversized Stand Collar Long Sleeve Shirt

Episode 01

오키나와 전통 인디고 염색

나하 시내에서 차로 20분쯤 가면 하에바루(Haebaru) 마을이 나옵니다. 가스리(kasuri)라고 하는 전통 직물을 생산하는 곳으로 전통 류큐 방식의 염색공예가 오시로 다쿠야(Takuya Oshiro)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그는 14세기 류큐 왕조에서 유래된 기법을 사용했던 인디고 염색 장인 오시로 고시로(Koshiro Oshiro)의 손자입니다. 염색 작업장에서 인사를 마친 후, 놀랍게도 오시로가 오키나와 전통주 아와모리를 통에 붓기 시작했습니다.

“인디고 염색은 산화환원반응에 따른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효모가 필요합니다. 아와모리는 효모에 영양을 공급합니다. 환경을 잘 제어해서 그 상태를 쾌적하게 유지해야 멋진 색이 나옵니다. 인디고는 비싼 염색법입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디고 작업의 첫 번째 단계는 원료인 류큐아이(Ryukyu-ai)의 잎을 물에 담가서 색을 뽑고 그 염료를 수산화칼슘과 섞어서 도로아이(doroai)라는 염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용액 자체는 노란색을 띠지만 색을 입힌 옷감이나 실을 워싱 과정에서 산소에 노출시키면 선명한 푸른색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통에 담가두었던 천이 공기와 만나는 순간 파랗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색이 스며들도록 통에 천을 담가둡니다. 처음에는 천이 노란색을 띱니다.

통에서 꺼낸 천이 공기와 물에 노출되면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염색공정이 끝나면 따뜻한 섬 바람에 천을 말려서 도매업자에게, 이어서 의류 제조업자에게 판매합니다. 오시로가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오키나와 전통가옥 바깥채의 걸대에서 블루 리넨 타래가 바람결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옛날 오키나와에서는 은은하고 밝은 색의 아사지(asaji)와 보다 강렬하고 풍부한 색의 군지(kunji), 두 종류의 색상으로만 기모노를 만들었습니다. 연한색이나 진한색,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습니다. 신분이 높은 계층은 군지를 입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사지 기모노를 입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그 중간색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과 같은 인디고 색상을 입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일본의 인디고는 일본 본섬 혼슈와 오키나와에서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혼슈에서는 연한 색의 가메노조키(kamenozoki)와 아사기이로(asagi-iro)부터 진한 색의 곤(kon)과 나스곤(nasu-kon)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수많은 색조가 소개되었으나, 오키나와에서는 오직 두 가지 색상뿐이었습니다. 류큐 인디고가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현대적으로 표현된 블루톤이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Koshiro Oshiro Textile Studio 오시로 고시로 직물 공방

▼175 Motobu, Haebaru, Shimajiri District, Okinawa
*도매만 취급합니다. 일반에는 판매되지 않습니다.

“군지를 사랑하셨던 할아버지는 전통 예술계에서 ‘풍부한 색상이야말로 오키나와 유산이다’라는 말로 유명하셨는데요. 저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해. 뭐든 재미있게 해봐’라며 항상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전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전통과는 다른, 심지어 전통이 느껴지지 않는 방식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만.”

현대의 장인인 할아버지로부터 기술을 배웠지만 자유로운 발상을 할 수 있었던 오시로. 그래서 바로 그만의 블루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블루는 여름의 하늘이나 바다의 편안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이 지역을 담고 있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사실 저는 정확한 계량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색이 나올지 가늠해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Koshiro Oshiro Textile Studio 오시로 고시로 직물 공방

▼175 Motobu, Haebaru, Shimajiri District, Okinawa
*도매만 취급합니다. 일반에는 판매되지 않습니다.

Episode 02

바다를 닮은 푸르름

“한눈에 자연을 떠올리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도우키코우보우 이치(Toukikoubou Ichi)의 도예가 이키 고지(Koji Iki). 실제로 그의 페르시아블루 세라믹은 풍부한 명암이 대비를 이루며 바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햇빛의 밝기와 강도입니다. 이렇게 빛이 강한 곳에서는 원색이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옵니다. 그래서 본화이트(bone-white) 점토에 코발트 유약을 바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너무 강렬한 색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섬에 딱 맞는 색인 것 같습니다. 1996년 공방을 연 이후부터 줄곧 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말로 도자기를 뜻하는 단어가 야치문(yachimun)입니다. 1920년대 야나기 소에츠(Soetsu Yanagi)와 하마다 쇼지(Shoji Hamada)가 주도한 민속공예운동이 대중적 관심을 받으며 야치문은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공예품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키가 야치문에 빠지게 된 계기는 그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오키나와 도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키나와에서는 류큐 왕조 시대인 15세기부터 도자기를 만들었습니다. 혼슈의 도자기가 중국 북부와 한반도의 영향을 받았다면, 오키나와 도자기는 전반적으로 중국 남부와 베트남, 태국, 동아시아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곳이 일본의 일부이면서도 도자기는 다른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가라쿠사(karakusa) 소용돌이 디자인으로 베트남에서 사용되는 패턴과 매우 흡사합니다.”

교토 출신인 이키는 1986년 오키나와 현립 예술대학에 입학한 1기 졸업생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그의 첫해는 실망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때는 그냥 고향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오키나와에 새로 예술학교가 생긴다고 해서 지원했고 공예과에 입학했습니다. 디자인이나 회화는 도시에서 배워야 하지만 공예는 지방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와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옛 무덤과 성곽에는 쉽게 적응했지만 주변의 야치문과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전환점은 대학 2학년 때 찾아왔습니다. 도예 장인이자 조교수인 오미네 짓세이(Jissei Omine)의 수업을 듣던 중 슈리(Shuri) 문화 박물관의 보물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19세기 초 류큐 왕조 시대의 시릴 정도로 새하얀 마카이(makai)*였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아,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습니다. 흰색 유약 위에 그려진 가라쿠사(karakusa) 패턴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일본 그릇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시아의 숨결이 담겨 있었죠. 제 졸업작품은 그 흰색 유약을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키나와 방언으로 ‘볼(bowl)’이라는 뜻입니다.

작품의 뿌리를 찾게 된 이키가 페르시아블루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스승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건 오키나와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유약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도예가이자 무형문화재인 가토 다쿠오(Takuo Kato) 선생님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는데요. 그분은 중세시대 중동 도자기의 권위자이자 고대 페르시아 도자기에 사용된 유약을 연구하는 분입니다. 오미네 교수님이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키나와에서는 처음으로 페르시아블루 도자기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암의 대비가 아름다운 페르시아블루 시리즈. 작은 접시는 2,750엔부터.

코발트 유약을 두껍게 입힌 특별한 작품. 비매품입니다.

코발트 유약을 두껍게 입힌 특별한 작품. 비매품입니다.

이키는 그와 오미네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많은 도예가들이 페르시아블루로 작업을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섬에서 도예를 하다 보면 누구나 이 색이 쓰고 싶어질 겁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 유약의 느낌을 살리려면 바다와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깊이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약의 특징이 가장 잘 살아나도록 하고 도자기를 넘어서 자연을 떠올리게 하고 싶습니다. 작품이 담고 있는 작은 우주가 선명하게 나타날수록 멋진 결과물이 나옵니다. 오키나와 도자기의 역사는 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든 역사를 하나의 작품에 담아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업이 너무 즐겁습니다. 우리는 다른 문화와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가진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다양성의 유산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Toukikoubou Ichi 도우키코우보우 이치

925-2 Nagahama, Yomitan, Nakagami District, Okinawa Prefecture
https://toukikoubou1.com/
OPEN 9:00-18:00 일요일 비정기 휴무

1층 공방과 2층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키의 페르시아블루 시리즈와 그 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층 공방과 2층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키의 페르시아블루 시리즈와 그 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pisode 03

지속가능한 라무네 블루

류큐 유리공예의 걸작품 펠리컨 물병(Pelican Pitcher). 부리 모양의 주둥이와 새를 닮은 형태가 북유럽 유리공예를 떠올리게 합니다.

라무네 병의 색조와 같은 청량한 블루 색상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오키나와에서 가장 오래된 유리 공방, 오쿠하라 글라스(Okuhara Glass)의 우에사토 유키하루(Yukiharu Uesato) 대표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붉은빛으로 녹아 있는 유리로 손잡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펠리컨 물병(6,600엔)과 잔(1,540엔). 은은한 라무네 블루가 돋보입니다.

“이 색상은 우리가 건설현장에서 가져와 재활용하는 유리 조각의 바탕색입니다. 우리 공방에서는 1952년 문을 연 이후 계속 재활용 유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후 일본에서는 고철 등의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주스병을 녹여 제품을 만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입니다. 그걸 보고 미군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후에 술병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제가 들어온 25년 전부터는 건물의 폐유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은 점은 재료의 색상을 있는 그대로 살린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25년 전 술병으로 만들었던 제품과 현재의 제품을 보여주었습니다. 분명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25년 전 유리 제품(오른쪽)과 현재의 제품(왼쪽).

새로 들어온 폐유리. 라무네 블루의 바탕색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재료가 없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폐유리 말고는 방법이 없었고 재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드럽고 시원한 색상입니다. 정말 멋스러워요. 기존의 유리와 비교하면 폐유리를 씻고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도 걸리고 손도 많이 가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류큐 유리공예는 재활용 소재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더 빨리 식기는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두고 작업하면 일도 더 빨라집니다.”

우에사토가 펠리컨 물병 작업을 시작합니다. 블로 장대(blow rod)를 도가니에서 가열한 후 숨을 불어넣습니다. 그의 뛰어난 솜씨 덕분에 10분 만에 주둥이와 손잡이가 달린 제품이 완성되었습니다.

우에사토가 녹은 유리 볼을 꺼내고 있습니다. 그가 호흡과 중력을 이용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유리의 형태를 바꿉니다.

“이 색상은 우리가 건설현장에서 가져와 재활용하는 유리 조각의 바탕색입니다. 우리 공방에서는 1952년 문을 연 이후 계속 재활용 유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후 일본에서는 고철 등의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주스병을 녹여 제품을 만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입니다. 그걸 보고 미군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후에 술병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제가 들어온 25년 전부터는 건물의 폐유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은 점은 재료의 색상을 있는 그대로 살린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25년 전 술병으로 만들었던 제품과 현재의 제품을 보여주었습니다. 분명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25년 전 유리 제품(오른쪽)과 현재의 제품(왼쪽).

새로 들어온 폐유리. 라무네 블루의 바탕색입니다.

“이 물병은 원래 이탈리아 유리공방의 비슷한 아이템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혼슈에도 이 작업을 하는 장인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그 무렵 제 스승인 도바루 마사오(Masao Tobaru)에게 한 고객이 물병 작업을 의뢰했고 그때부터 쭉 만들고 있습니다. 작업이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스승님이 저에게 작업을 맡기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모양이 무너집니다.”

소재의 바탕색을 드러내며 아름다움을 만드는 작업이 한 시대를 거쳐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재만이 아니라 이를 빛나게 하는 기술까지, 이 모든 전통이 후세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진실의 순간, 유리의 돌출부가 모양이 잡히며 주둥이가 됩니다.

펠리컨 물병 이외에도 이제까지 만든 다양한 제품의 샘플.

소재의 바탕색을 드러내며 아름다움을 만드는 작업이 한 시대를 거쳐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재만이 아니라 이를 빛나게 하는 기술까지, 이 모든 전통이 후세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Okuhara Glass 오쿠하라 글라스

Tenbusu Naha 2F, 3-chome-2-20 Makishi Naha, Okinawa
https://okuhara-glass.shop/
OPEN 10:00-17:00
연중무휴(수요일 체험 수업)

잔이나 꽃병을 만드는 작업을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은 2,700엔부터.

UNIFORM BLUE 재킷. 오쿠하라 글라스 공방에 잘 어울리는 작업복 스타일.

  • Denim Work Jacket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섬’이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https://beokinaw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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