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 the Edge

Interview with Keita Miyairi

민속공예라는 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형염(Katazome)*이라는 전통기법으로 독창적인 패턴을 창조합니다.
염색작가 미야이리 게이타의 생명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형염: 틀의 모양을 살려 무늬를 찍는 일. 틀의 모양대로 물이 들게 하거나 물이 들지 않게 하여 무늬를 만듦 * 형지: 어떤 본을 떠서 만든 종이. 양재, 수예, 염색 따위에 씀

Photography by Kazufumi Shimoyashiki
Coordination by Taisuke Kijima
Editing & Text by Tamio Ogasawara

서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며 발전해 온 민속공예. 그 기준 중 하나는 ‘관계성’, 즉 한 사람의 기술이나 상상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토속적 아름다움입니다.

감물을 발라서 형지용으로 단단하게 만든 이세산(産) 전통종이에 직관에 따라 그린 무늬를 한참 바라보더니, 형지를 라이트박스에 올리고 몸을 숙인 후 마치 판화가 무나카타 시코(Shiko Munakata)처럼 커터를 사용하여 재빠르게 형지를 잘라내기 시작합니다. 염색작가 미야이리 게이타는 신들린 듯한 솜씨로 불과 몇 분만에 새로운 형지를 완성했습니다.

왜 그렇게 종이를 응시했는지 물었더니 어떤 순서로 자를까를 고민했다면서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마감 작업의 난이도가 결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형염 민속공예의 전시용 포스터를 보면 문자가 독립적으로 잘려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형지의 내구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기적 예술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미학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입니다.

형염은 형지*와 풀(일본 전통식 풀로 형염에서는 염색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함)을 사용하여 천이나 종이에 무늬를 염색하는 일본의 전통기법입니다. 먼저 형지를 오려냅니다(첫번째). 그 형지를 천에 올린 후 풀을 펴 바릅니다(두번째). 이렇게 풀을 바른 부분에는 염료가 이염되지 않습니다. ‘신시’라고 하는 대나무 막대를 천에 끼워서 풀이 고르게 마르도록 합니다(세번째).

무작위의 관계성

“형염 디자인은 여러 가지가 합쳐진 우연한 형태이며 염색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물 또는 의도하지 않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획하고 상상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잘라낸 형지도 버리지 않죠. 의도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형태이고, 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무작위의 산물이니까요. 자의식을 걷어내고 가식을 버립니다. 그렇게 하면 항상 제가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잘라낸 종이도 다 모아두는 겁니다. 다른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무늬의 형태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종이의 강도와 칼질의 힘, 칼질의 속도 등을 다르게 하면 선 하나에도 각각의 생명력을 더할 수 있습니다. 종이나 천을 염색할 때는 풀의 농도를 묽게 조절하여 염색 단계에서 색 번짐 등으로 자신의 힘을 초월하는 관계성이 작용하도록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보다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제 작품은 다양한 관계성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예전에는 보다 정밀하게 작업을 했는데 최근 2년 동안은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다만 저 혼자 터득한 방법이라서 전문가가 보면 ‘대체 뭘 하는 건가’라며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풀을 말린 후에는 종이나 천을 공중에 띄운 상태로 붓을 사용하여 색을 입힙니다. 미야이리는 뒷면부터 색을 칠해서 앞면으로 번지도록 합니다. 원래는 연한 색부터 작업을 합니다.

미국의 영향으로 민속공예의 한계를 넘어서

정교한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그가 자신의 작품을 보고 웃어도 된다고 생각할 만큼 초연해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아티스트, 베리 맥기(Barry McGee)의 파리 페로탕 전시회에 미야이리의 작품이 친구 코너에 전시되었던 것도 그의 작품이 무작위성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대중의 평가나 일본인의 성향과는 다르게 그들은 공예인지 예술인지를 따지지 않았고 작품의 성공 여부에도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기교나 허세가 없었고 보이는 게 전부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세월의 지혜를 담은 민속공예와 닮아 있었고, 그와 동시에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자란 미야이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민속공예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스케이트보드와 그래픽아트에 빠져 있었던 과거와도 통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래피티를 좋아해서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진짜 열심히 그리고 다녔습니다. 같은 태그를 100번씩 쓰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같은 의미로 민화를 수백 번 그리다 보면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지고 그냥 본능적으로 그리게 됩니다. 이것이 민속공예의 미학이며 이를 보다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형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하면 사람들이 이를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그 순간에 되는 대로 형지를 빠르게 잘라내려고 합니다. 1회성이라는 점도 중요한데요. 실수해도 그냥 계속합니다. 천의 올이 풀어져도 그대로 놔둡니다. 바꿀 이유가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올 풀린 천도 현대미술의 특징으로 봅니다. 그것이 바로 배리에게서, 그리고 염색작가 대선배인 유노키 사미로(Samiro Yunoki) 선생님에게서 배운 점입니다. 제가 민속공예 세계에 이끌리게 된 계기는 나가노의 가족 묘지에 성묘를 갔다가 마츠모토 민속공예 박물관에서 형염 작품을 보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래서 도쿄의 일본 민속공예 박물관을 찾아갔다가 유노키 선생님의 작품을 보게 되었고 직접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도쿄 민속공예협회에 가입하여 워크숍에 참석했고 유노키 선생님의 전시회에서 슬리퍼도 정리하고 주차 안내도 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선생님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형염을 시작하기 전에는 플라스틱 피규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일을 했는데요. 원래부터 그림 그리기와 모델 만들기를 좋아 했습니다. 하지만 1mm 단위로 모형을 만드는 작업은 저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미야이리는 비밀 재료를 사용하여 보다 풍부한 색감을 만듭니다.

이번 취재에서 형지 작업부터 보여주었던 작품은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위쪽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그냥 버리는 형지를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미야이리는 “유리병 같은 모양이 나왔다”고 말합니다.

위의 작품은 몇 년 전에 작업한 다이아몬드 패턴. 색을 입히는 방식에 변화를 주며 재미있는 패턴을 만들어냈습니다.

배움과 계승. 그리고 빨간색

“이 빨간색 정말 멋지죠?”라고 묻는 미야이리. 그는 유노키로부터 색을 섞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고 풀 만드는 법도 배웠습니다. 유노키의 전시회를 도우며 단 둘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색은 6~8가지 정도가 좋다는 게 유노키 선생님의 지론입니다. 서툴러 보여도 그 정도가 적당하다는 거죠. 선생님은 싫어하실지 모르지만 사실 저는 제 물감에 비밀 재료를 더해서 저만의 색을 만들고 있습니다. 밝고 활기가 느껴지는 색입니다. 제가 천성이 어두운 편이라서 오히려 그런 면을 표현하고 싶은 겁니다. 10년 전쯤에 집을 개조해서 작업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긴 천을 염색할 때는 공중에 매단 상태로 색을 입히고 그 상태로 말립니다. 그 아래에서 가족들이 자고 있고 제 등은 신시(천을 팽팽하게 펴서 고정하는 대나무 막대) 끝에 찔리는 일이 다반사죠. 유노키 선생님이 올해 100세를 맞이하는데 내년 초에 일본 민속공예 박물관에서 회고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슬리퍼를 정리하고 주차 안내를 하면서 저의 최근 작품을 선생님에게 슬쩍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벽에는 미야이리가 형염 방식으로 염색한 유니클로 에코백이 걸려 있었습니다. “심플함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미야이리. 그가 평소에도 자주 유니클로를 입는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근처에 있는 고이시카와 식물관에 가서 식물 스케치를 그립니다. 시간이 맞으면 딸 초우와 함께 가기도 합니다. 초등학생 딸은 벌써 형염을 시작하여 미야이리의 라이벌이 되고 있습니다. 배리의 어시스턴트 아티스트 타일러 옴스비(Tyler Ormsby)와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며 서로에게 작품활동의 동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가고시마의 친구로부터 치란이라는 마을에서 갓 재배한 차를 선물 받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통에 미야이리가 만든 디자인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선반에는 미야이리의 제품 디자이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피규어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선반 왼쪽에 걸려있는 토트백은 유니클로 등의 코튼 제품에 형염을 한 작품들입니다.

일본 부도칸 근처에 있는 「Pacifica Collectives」. 벽에 걸려 있는 빗 모양의 작품은 미야이리의 대표작으로 잘라낸 형지 조각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Pacifica Collectives

인테리어와 아트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매장으로 도쿄의 오래된 마츠오카 구단 빌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계산대 옆에 걸려 있는 엔화 표시의 형염도 미야이리의 작품. 9월 9일(금)부터 24일(토)까지 미야이리의 개인전 개최 예정.

Matsuoka Kudan Building #208, 2-2-8 Kudan Minami, Chiyoda-ku, Tokyo
OPEN12:00-18:00 CLOSED Sunday, Monday and Holidays

Keita Miyairi | 미야이리 게이타

Dyeing Artist

1974년 도쿄 출생. 10~20대까지 그래피티 아트에 심취해 있다가 액션피규어 프로토타입 디자이너를 거쳐 형염의 세계에 입문했다. 2021년 인테리어 숍「Pacifica Collectives」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전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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