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힘, 민간의 힘으로 국가를 움직이다
야나이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개인과 민간의 힘입니다. 이번에 저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 내의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은 것도 민간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야마나카맞습니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났을 정도였으니까요. 감염 상황이 악화되는 가을과 겨울 이전에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1일 100만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저도 목표 수치를 제시했습니다만, 정부도 1일 100만회 접종을 목표로 대규모 접종시설을 운영했고 직장 내 백신 접종도 허용했습니다. 백신 공급은 국가가 주도했지만 접종 체계나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맡았습니다. 시행 과정에서 시스템을 바꿔가며 상호간에 고민한 결과가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강압적으로 명령했다면 1일 100만회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야나이단기간에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경우에 ‘일률적’이거나 ‘전례의 유무’ 등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되면 가능한 일도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아이디어나 제안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이나 사회는 실패가 적을지 몰라도 새로운 성과를 내지는 못합니다. 즉, 미래가 없다는 말입니다. 개인이나 민간이 자유롭게 발상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야마나카과학도 전례 없는 전개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백신을 완성하고 접종을 시작했는데, 이제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단기간에 백신을 완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럽과 미국의 벤처 기업이 지금까지 노력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mRNA 응용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의료에 활용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도전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실험이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벤처기업이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 투자가가 투자를 지속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야나이벤처기업이 단순히 돈벌이를 목표로 하는지, 아니면 질병의 극복이나 CO2 저감에 기여하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는지, 장기적인 관점으로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지를 투자가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은 목적과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고, 비전과 의도를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야마나카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사실 투자에서 금전적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최근에는 투자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단기적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자녀나 손자 세대가 살아가는 미래의 사회에 이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투자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야나이지구환경에 대한 위기감에 따라서도 입장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큰 문제는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일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과 민간이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국가는 국가대로 연구나 학문 분야에서 지나치게 단기적인 성과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5~10년만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위대한 발견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1년 단위의 예산 책정에 따른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야마나카연구비 단위는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입니다. 교수직도 임기가 있어서 젊은 교수들 사이에서 5년 임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연구자가 관심을 갖지 않은 분야에 주목하고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10년 이상 관찰을 계속하는 연구가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오스미 요시노리(오토파지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교수님과 같은 경우는 확실히 그런 연구였습니다. 약 25년 전에는 대학교수의 연봉이 높지는 않아도 먹고 살 정도는 되어서 앞날을 걱정하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25년 전 일본대학의 기초연구는 세계 3~4위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점점 순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앞으로 그 근간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야나이미국 대학은 종신 재직 자격(tenure)을 획득하면 정년이 없습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교수도 90세의 나이에도 프린스턴 대학에서 여전히 선임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이는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연구의 내용이나 실적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야마나카미국에서는 종신 재직 자격을 획득하면 연구자의 연령은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나이를 물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종신 재직 자격을 획득한다고 해도 과거에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자라고 하더라도 장기간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연봉이 줄어들고 연구실도 점점 작아집니다. 제가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글래드스톤 연구소는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한 글래드스톤의 유산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유산을 투자하고 그 기금을 늘려 나가면서 국가에서 연구비도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신규 후원금 모금과 같은 다양한 재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 국립대학의 최대 수입원은 국가의 운영 지원금입니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메이지 유신 직후 “금전적 독립 없이는 학문의 독립도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만, 연구를 지속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연구자 자신이 자금을 마련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연구의 미래, 차세대의 미래
야나이마나베 교수는 지구물리학과 기상학 연구를 위해 195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최신 IBM 컴퓨터를 사용하여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 기술도, 연봉도 일본의 20배 이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기상은 복잡한 요소와 조건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인간의 머리만으로는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습니다. 마나베 교수의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반세기 이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하여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야마나카그렇습니다. 생물학 분야만 봐도 빅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분석하고 응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생물학 연구자가 도중에 컴퓨터를 도입하여 연구를 계속하는 경우는 좀처럼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지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연구자가 생물학 연구를 시작하여 컴퓨터 분석으로 성과를 내는 경우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야나이바이오테크놀로지도 컴퓨터가 필수 요소가 되었군요. 빅데이터의 경우에는 연구자의 단독 연구보다는 국가를 초월한 연구기관의 제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야마나카 인간 유전자 분석 같은 경우도 컴퓨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마다 키가 다른 이유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한다고 하면, 1,000명 정도의 유전자 조사로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10만 명, 100만 명 단위로 조사해야 키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이 정도의 피실험자를 모을 수가 없습니다. 제 분야인 의학・생물학도 수학이나 물리학, 컴퓨터 전문가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야나이그래서 컴퓨터에 뒤지지 않는 인간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인문과학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진선미, 양식, 사랑과 같은 인간의 기본 덕목이 과학과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인간 세상을 컴퓨터가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인간의 보편적 양식이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서 스웨덴 선수단의 유니폼을 제작하게 되었을 때, 스웨덴 올림픽 위원회는 유니폼 공급업체에 3가지를 요구했습니다. 바로 퀄리티와 혁신,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소재나 기술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태도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시즌만 입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입을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철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쉽게 버릴 수 있는 제품은 판매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굳이 컴퓨터로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마나카치료 의약품은 퀄리티를 충족하면서도 혁신적이어야 합니다. 3번째 조건은 ‘합리적인 가격(affordable)’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성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치료법이나 약을 만들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말씀하신 것처럼 항상 양식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나이‘합리적인 가격’은 우리의 원칙입니다. ‘MADE FOR ALL’은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옷이라는 의미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가격과 지속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은 자연환경이나 사회, 일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의미합니다. ‘MADE FOR ALL’의 ‘ALL’은 당연히 지속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야마나카오늘날의 청년들과 같이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기회가 충만한 시기도 없을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변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고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기회가 생기지 않습니다.
야나이 누군가 정해 놓은 길로만 가려고 해서는 안 되겠군요. 우리의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밝은 미래가 펼쳐지지 않습니다. 고객이 LifeWear와 지속가능성을 동의어로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