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it through the winter.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 법
“겨울에는 주방의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니까 음식이 얼지 않도록 냉장고에 넣어둬야 합니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었더니 눈이 벽처럼 막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여기로 이사 오기 전에는 운전면허가 없었는데 이사 오고 나서 면허를 땄어요. 저는 눈 덮인 언덕길을 운전하는 게 고역이지만 스키를 좋아하는 남편은 마다라오(Madarao)와 묘코(Myoko), 토기쿠(Togiku), 이즈나(Iizuna) 등 산에 둘러싸인 이 지역이 천국이라고 합니다. 올해 첫 수확한 채소는 눈을 뚫고 올라온 머위의 꽃줄기 후키노토(fukinoto)입니다. 6월부터 채소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천연 냉동고에 보관한 식재료로 요리를 합니다.”
3년 전 셰프 무로타 HASS 마오리의 가족 3명이 파리에서 나가노(Nagano)로 이사를 왔습니다. 건축가인 남편 휴고(Hugo)가 이웃 마을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는 스웨덴인 친구 지미(Jimmy)와 함께 150년 된 집을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벽 마감 공사를 하고 쌀겨와 석회로 만든 천연 단열재로 바닥을 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아무도 살지 않게 되었을 때 집이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가기 바랍니다. 지금은 토대를 만들거나 침실을 만들거나 하고 있기 때문에 집의 절반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제가 일하는 곳이기도 한 주방 조리대는 학교 과학실에서 사용하던 책상을 가져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밭에 채소를 수확하러 갈 때 사용하는 바구니, 그리고 펜던트 조명 대신 사용하는 랜턴은 선물 받은 거예요.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The epitome of local produce
현지의 제철 식재료
“우리가 먹는 채소 대부분이 인근 농장에서 받은 거예요.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은데요. 오늘 점심은 며칠 전에 받은 토마토와 고구마, 가지로 만들 거예요. 보통 주방에서 두 시간 정도 채소를 쳐다보면서 무엇을 만들까 고민합니다. 저만의 요리 쇼를 한다고나 할까요. 처음 도전하는 요리도 많습니다. 맛있으면 다시 만들면서 레시피로 정리하기도 하죠. 요리책도 쓰고 있는데 제 노트는 마치 마법 주문 같은 낙서로 가득해요. 즉흥적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재는 일이 어렵게 느껴져요.
이제 마당에 나가서 채소를 좀 따올까요? 지금 미츠바(mitsuba, 파드득나물)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바질과 묘가(myoga, 일본 생강), 방울토마토도 딸 수 있어요. 요즘은 파리에 살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요리를 하고 있죠. 파리에서는 시장에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샀지만 여기서는 반경 500m 내에서 재배한 농산물로만 요리하며 현지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미가 키우는 가지는 정말 속이 꽉 차있어요. 두유 요거트와 토마토소스를 곁들이거나 산초 열매로 만든 고추기름을 사용하여 레바논 요리를 만들어도 맛있어요. 남편은 구운 가지를 정말 좋아합니다.”
마오리는 기본적으로 채식주의자이고 남편 휴고도 채소 중심의 식단을 하지만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가면 상대가 준비한 음식을 기꺼이 즐긴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자신의 원칙만을 고집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더 멋지게 느껴지죠.
What is it you truly love?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는 여정
파리에서 20년을 산 마오리. 패션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크리스토퍼 르메르(Christophe Lemaire)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패션 트렌드의 세계에서 한발 물러나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길이 바로 요리입니다.
트럭 분량의 쌀겨를 휴고의 작업실에서 말리고 있습니다. 이는 바닥과 벽의 한기를 차단하는 DIY 단열재의 재료입니다. 파리 건축 사무소 시크(Ciguë)의 창립자 중 한 명인 휴고는 파리의 Uniqlo U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그는 휴고 하스 스튜디오(hugo hass Studio)를 운영하며 도쿄와 파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요리를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옆에서 많이 도왔어요. 일본과 전 세계에서 맛있는 요리를 수없이 먹어 보았죠. 저는 여행을 할 때 무엇보다 음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특히 아시아의 길거리 음식을 너무 좋아합니다. 요리로의 전업을 결정한 후 르메르를 위한 소규모 쇼에서 케이터링을 담당했던 게 첫 번째 일이었습니다. 2023년에 나가노로 이사한 후에는 요리책을 쓰거나 친구가 운영하는 브락 마켓(Vrac Market)이라는 가게에서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이곳에 쉽게 정착할 수 있었어요. 저는 도쿄에서 태어나 뉴욕과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 계속 살았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인지 환경의 영향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공동체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베우고 있어요. 남편은 일본어를 잘 못하지만 동네 어른들을 도와 장작 패는 일을 돕기도 합니다. 느긋한 삶을 상상했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농산물을 수확하거나 눈을 치우는 등 할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 지역의 평균 예상 수명이 85세라고 하는데요. 가능한 한 오래 이 생활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하며 즐기며 살고 싶어요.”
마오리의 가족이 즐겨 찾는 집 근처의 연못. 데님은 자연에서의 생활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소재입니다. 휴고의 데님 유틸리티 재킷과 배기 진 모두 이번 시즌 컬렉션 제품입니다.
My worn-out uniform
나에게 길들여진 일상복
마오리와 남편은 파리에서 나가노로 이사 올 때 각각 두 개의 여행 가방에 챙긴 짐만을 들고 왔습니다. 많은 물건을 두고 와야 했지만 그래도 15년째 입고 있던 유니클로 진 한 벌은 잊지 않고 챙겼습니다.
“패션에서 요리로 커리어를 바꾸면서 스타일도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오뜨꾸튀르를 입는 데 익숙했던 어느 날, 파리에서 유니클로를 지나다가 심플한 진을 발견했어요. 현장에서 정말 편하게 잘 입었습니다. 구멍난 곳도 많아요. 손이 더러워지면 그냥 바지에 닦습니다. 평소 입는 옷을 오래오래 입어서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게 좋아요. 식기와 레시피도 마찬가지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도 좋다고 생각해요. 파리에 살 때도 유니클로 메쉬 벨트를 즐겨 착용했고 중고 데님 재킷도 자주 샀습니다. 옷이나 식기, 공구 모두 길들여진 느낌이 나는 아이템을 좋아합니다. 몇 년 전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을 때, 옷장도 누군가 입었던 중고 의류로 채워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오래된 옷은 찢어지고 헐었어도 그 매력이 살아 있어서 민속예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옷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하게 오래 입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유니클로는 우리 가족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이자 일상의 일부입니다.”
© Keith Haring Foundation.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학교에서 돌아온 마오리의 딸은 키스 해링(Keith Haring)UT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