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카와라 쿠니오(Kunio Okawara) : 건담 메카닉 디자인의 선구자

Apr 24, 2025 UT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기동전사 건담(Mobile Suit Gundam)이 태어난 지 45년이 지난 지금, 이 시리즈는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시리즈물을 탄생시켰습니다. 오오카와라 쿠니오(Kunio Okawara)는 애니메이션 세계의 기초를 닦은 메카닉 디자인의 선구자로서, 그가 없었다면 건담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오카와라 쿠니오와 만나서 건담이 지닌 매력과 함께 50년이 넘도록 최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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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세계에서 메카닉 디자인의 역할


Kunio Okawara
오오카와라 쿠니오(Kunio Okawara)
메카닉 디자이너 오오카와라 쿠니오는 1947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조형대학교(Tokyo Zokei)를 졸업했습니다. 유명 의류 회사에서 근무하다 1972년 다쓰노코 프로덕션(Tatsunoko Production)에 입사했고, 1978년에 프리랜서로 전향했습니다. 그의 손길을 거친 수많은 애니메이션으로는 독수리 오형제(Science Ninja Team Gatchaman), 얏타맨(Yatterman), 기동전사 건담, 장갑기병 보톰즈(Armored Trooper Votoms), 용자(Brave) 시리즈 등 수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장난감과 게임을 포함한 여러 미디어의 메카닉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2013년에는 일본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Japan Media Arts Festival)에서 특별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오카와라 쿠니오는 건담 시리즈, 얏타맨, 장갑기병 보톰즈 등 수많은 인기 애니메이션 속 로봇과 메카닉 장치를 디자인한 메카닉 디자인의 선두 주자입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정말로 우연히 애니메이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죠.

도쿄조형대학교 4학년 때부터 의류 회사에서 수습으로 일했습니다. 남성복 팀원이었는데, 양복 의류를 디자인했죠. 다들 패션 스쿨에 다녔는데, 저만 왠지 겉도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수습 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만두었어요. 그러다 유아 옷과 아동복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아내를 만났습니다. 관심사와 맞지 않는 영업을 담당했어서 결혼하고 퇴사했죠. 구직 중에 다쓰노코 프로덕션(현 다쓰노코 프로)의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스튜디오가 아내 집에서 출퇴근하기 좋은 곳에 있더군요(웃음)."

오오카와라는 다쓰노코에서 처음에 배경 미술 작업을 맡았지만, 독수리 오형제(1972~1974)의 타이틀 로고를 담당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기계 장치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그가 메카닉 디자인을 도맡았습니다. "독수리 오형제의 인기가 정말 뜨거웠기에 이 작업에 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라고 그는 회상합니다. "한 여대에서는 학생들이 영웅의 팬클럽을 만들기도 했죠.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직접 보면서, 메카닉이 엔터테인먼트로서 놀라운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52년 동안 오오카와라의 손끝에서 애니메이션 속 수많은 메카닉 디자인이 탄생했습니다. 그렇다면 메카닉 디자인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기동전사 건담의 캐릭터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저는 모든 애니메이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형태를 만들고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이를 위해 누구나 접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형태를 결합하여 작업하죠. 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하면서 선을 되도록 적게 추가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할 캐릭터를 세상에 선보이죠. 건담의 경우 사무라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촌마게 상투, 가미시모, 마에다테 장식이 달린 투구에서 힌트를 얻었죠. 제게 로봇을 디자인하는 일은 의류나 패션을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양복 의류에서 영감을 받은 자쿠 메카닉에서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지죠. 의류 회사에서 남성복을 디자인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어요."""

건담 메카닉 디자인의 선구자

과거 건담 시리즈가 UT만의 독점 일러스트로 만나보세요. 아래, 왼쪽부터: Z(제타) 건담, 건담, 버닝 건담. 가운데, 왼쪽: 윙 건담 제로. 가운데, 오른쪽: ∀(턴에이) 건담. 위, 왼쪽부터: 프리덤 건담, 유니콘 건담, 저스티스 건담.


건담 메카닉 디자인의 선구자

A오오카와라의 작업실에 걸려 있는 티셔츠에는 첫 번째 시리즈물 기동전사 건담의 캐릭터인 건담(가운데), 건캐논(왼쪽), 건탱크(오른쪽)가 등장합니다. 뒷면에는 캐릭터의 빨간 자쿠 원본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만들기를 더 잘했어요.


1970년대와 80년대에 장난감 제조사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후원하게 만든 핵심은 로봇의 상품화 가능성이었습니다. 때문에 오오카와라는 메카닉 디자인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기계가 장난감처럼 변신하고 결합될 방법까지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직접 모형을 만들어 프레젠테이션에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오오카와라의 손재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눈에 띄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때 수공예를 가르쳐 주신 은사님이 제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에 저는 수지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수업 시간에 수지를 사용해서 꽃 브로치를 만들었어요. 얇은 알루미늄을 튜브 모양으로 말아 낙하산을 넣은 다음, 고무로 발사해서 낙하산이 펼쳐져 아래로 천천히 떨어지도록 하는 장치를 만든 적도 있죠. 나중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가족 창고에 있는 기계들을 분해하고 구조를 살펴본 다음, 부품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기도 했어요. 대학생이 되어서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자동차에 TV를 설치하거나 머플러를 강철 파이프로 교체하는 식으로요. 이웃들이 차 소리만 들어도 저 멀리서 제가 집에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농담하곤 했죠(웃음)."

건담 메카닉 디자인의 선구자

O오오카와라는 공구와 선반 기계는 물론 모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담긴 작업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가 사용하는 기계 위에는 건담의 플라스틱 모형이 있습니다.


믿을 수 있을 법한 '거짓말'을 해야 흥미로운 걸 만들 수 있어요.


오오카와라는 디자인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볼 때가 가장 흥미롭다고 합니다. 제안서를 볼 때부터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구상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나머지 작업 흐름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그가 애니메이션 팬이었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너무 까다롭게 고려해서 그렇게 작업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오카와라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감일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미소를 짓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으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오카와라가 수많은 메카닉을 디자인할 때 항상 특별히 중점을 두었던 한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메카닉 디자이너는 믿을 수 있을 법한 '거짓말'을 하는 일을 합니다. 진실만을 보여주면 전혀 흥미롭지 않거든요. 물론 이런 거짓말을 하려면 부품과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과감하게 표현해서 시선을 사로잡게 만들어야 해요. 제 경우에는 가능한 최소한의 선을 사용하여 형태의 질감과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슴 위쪽부터 로봇을 보는 경향이 있어서 상체 디자인에 특히 신경을 씁니다. 로봇마다 특별한 특징을 주거나, 가슴이나 헬멧의 장식을 디자인하는 데 공을 들이죠. 로봇이 날개를 활짝 펴고 팔을 움직이면 구조가 방사성 광선처럼 멋지게 확장됩니다. 황금 비율과 관련이 있을 것 같네요. 이런 모습에 감독이 설정한 기능과 더불어 장치와 함께 작동하는 무기가 더해지면 로봇이 정말 근사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감독이 어떤 전투 스타일과 무기를 원하는지 고민합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메카닉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가령 건담 부품을 자석 코팅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으면, 기계의 기능이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애니메이터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마지막 나사 하나까지 디자인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성우들이 목소리를 입히는 최종 작업까지 협업적인 팀워크를 발휘한 결과물이에요."

마지막 순간까지 캐릭터를 계속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건담 시리즈는 1979년 공개 이후 2002년에 기동전사 건담 SEED (Mobile Suit Gundam SEED), 2022년에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Mobile Suit Gundam: The Witch from Mercury), 2024년에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Mobile Suit Gundam SEED FREEDOM)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UT 티셔츠는 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도 다가가 건담 시리즈물을 소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모든 작품이 오리지널이었기 때문에 제 아이디어를 직접 반영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위대한 시대를 거쳐온 저 자신이 정말 행운아라고 느낍니다. 이미 만들어진 소재를 다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제가 가진 아이디어로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볼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정말 소중한 경험이죠."

"이제 은퇴할 때가 됐어요." 오오카와라가 반 농담으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형 메커니즘을 만드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CGI도 쉽게 사용합니다. 혼자 일하는 게 더 자유롭고 재미있다며, 조수도 따로 고용하지 않습니다. 77세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만큼 태평한 태도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든 비결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사람들은 모든 것을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펜을 사용해서 의도적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합니다. 늘 기계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기에 새로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즐겨 사용하고, 컴퓨터로도 자주 그림을 그려요. 사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로 제출할 수 있다고 하면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하죠. (웃음) 지금까지 모든 캐릭터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으니,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해서 작업하고 싶습니다."

© Sotsu •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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