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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Yoshifumi Takeda
Episode 5

Text & Photography
Yataro Matsuura
Editor

“아버지와 호크니, 그리고 치노팬츠”
아버지는 쉬는 날이면 미군부대에서 나온 치노팬츠를 즐겨 입으셨습니다.
어릴 때 저를 보고 “천이 두툼하고 튼튼해. 진짜 멋지지?”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고는 했습니다. 그 치노팬츠는 통이 넓고 남성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천이 뻣뻣해서 세탁이 어렵다’고 못 말리겠다는 듯이 대꾸하셨죠. 어쨌든 그때는 저도 치노팬츠를 하나 갖고 싶었습니다.
19살 때, 미국 여행을 갔다가 어느 교회의 벼룩시장에서 종이상자에 들어 있던 눈에 익은 천과 색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 사실 그때는 치노팬츠에 대해 거의 잊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군대에서 입던 거예요”라고 그 옷을 팔고 있던 푸른 눈의 여성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사고 싶다고 했더니 “좋아요! 할아버지도 좋아하셨을 거예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치노팬츠를 입어보고 트윌의 유니크한 질감에 감탄했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버튼다운 셔츠와 함께 발목을 접어서 입고 흰색 스니커즈를 신었는데, 젊은 시절 배기 치노팬츠를 즐겨 입었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닮아 있어서 놀라우면서도 기뻤습니다.
유니클로 치노팬츠는 베이지색과 카키색으로 두 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호크니처럼 한 사이즈 크게 입습니다. 클래식한 디테일과 4년간 입으며 만들어진 세월의 흔적이 너무나 맘에 듭니다.
치노팬츠 최고!

- Vintage Regular Fit Chino Pants
“대안적 라이프스타일”
얼핏 보면 요즘의 간소한 라이프스타일이나 미니멀라이프가 좋은 처방약인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너무 단순하고 심심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좀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눈으로 전체적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스마트하게 새로운 유형의 풍요로움을 제시하는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풍요로운 삶은 사치스러움이 아니라 독창성에서 비롯됩니다.
물질지향적 시대에서 경험 중심의 시대로 변해가며 ‘무엇을’ 사느냐만큼 ‘어떻게’ 소비하는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대안적 라이프스타일, 즉 우리의 욕구나 취향을 불필요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도덕적으로나 정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올바른 미의식을 가진 생활방식이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수년 전부터 가을부터 봄까지 유니클로의 캐시미어 크루넥 스웨터를 즐겨 입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캐시미어가 티베트의 고위 성직자들이 명상을 할 때 두르던 성스러운 직물이었습니다. 매년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오면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기고 그 따뜻함과 품격에 새삼스레 반합니다. 이 스웨터는 저에게 ‘올바른 미의식’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 Cashmere Crew Neck Long Sleeve Sweater

Yataro Matsuura 마쓰우라 야타로
1965년 도쿄 출생. 2003년 서점 『카우북스(COW BOOKS)』 오픈. 2006~2015년에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생활의 수첩(Kurashi no Techo)』의 편집자로 일하며 웹사이트 『생활의 기본(Kurashi no Kihon)』을 기획했다. 현재는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오이시이겐코 주식회사(Oishi Kenko Inc.)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는 『오늘도 정성스럽게』와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유니클로 웹사이트 uniqlo.com/lifewearstory100/에서 연재했던 칼럼을 모은 『옷의 기본 100: 라이프웨어 스토리 100』 등이 있다.
uniqlo.com/lifewearstory100/